인도네시아, K-방역 이어 K-선거도 배운다
본문
인도네시아, K-방역 이어 K-선거도 배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이 지난해 4월 대선 투표를 마친 뒤 이를 증빙하는 잉크를 손가락에 묻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선 잉크를 떨어뜨리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선거 배우기에 나섰다. K-방역에 이어 K-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8일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티토 카르나비안 내무부 장관은 이날 김창범 대사를 초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진 한국의 4ㆍ15 총선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인도네시아는 9월 23일 예정이던 역대 최대 규모의 270개 지역 동시 지방선거를 취소 대신 12월 9일로 연기한 바 있다.
티토 장관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던 4월에 성공적으로 선거를 실시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며 “한국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연기 여론은 없었는지, 높은 투표율의 이유 등을 물었다.
김 대사는 “철저한 방역 계획 수립 등을 통해 국민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신뢰를 형성한 게 높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른 인구 대국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양국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양국 간 선거 방역 경험 공유를 통해 새로운 협력의 장으로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대사관은 양국 관련 실무자들이 화상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창범(오른쪽)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가 8일 티토 카르나비안(앞줄 왼쪽) 내무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무부 제공
인도네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KPU)는 올해 지방선거의 방역 수칙을 마련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예컨대 각 투표소 투표 인원을 최대 500명으로 제한하고, 코로나19에 걸려 치료를 받는 유권자는 투표소 대신 투표가 끝나는 낮 12시 이후 병원 등에서 투표하게 하는 식이다. 아울러 한국, 독일, 말리, 프랑스 등의 지방선거를 포함해 코로나19 사태 중에 선거를 치렀거나 진행할 예정인 60개국을 참고 대상으로 삼고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
다만 1만7,000여개의 섬을 거느린 도서 국가인데다 밀림으로 뒤덮인 오지 마을이 많아 방역 및 선거 관리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유권자는 현재 집계된 인원만 1억500여만명, 투표소는 31만여개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대선 투표 직후 숨진 선거관리요원(자원봉사자 포함)이 무려 500여명에 달하자 한국과 인도의 전자투표 기법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4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K-방역)을 국제 협력의 모범,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사태 해결의 본보기로 거론한 바 있다.
자카르타 주민들이 지난해 4월 대선 투표소를 찾아 기표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