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DMZ 설치' 제안 인니 대선후보에 국내서도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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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DMZ 설치' 제안 인니 대선후보에 국내서도 비난 쇄도
조코위 대통령 "개인 의견…해명 요구할 것"
현 국방장관이지만 야당 대선후보로 지명돼…독재자 수하르토 손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집결한 싱가포르 아시안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현 전선에 한반도처럼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서방은 물론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나와는 사전에 이야기했던 부분이 아니다"라며 해당 발언은 프라보워 장관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도 프라보워 장관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적 입장과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고 공격했다.
하스토 크리스티얀토 PDI-P 사무총장은 "우리의 외교 원칙에서 벗어나거나 유엔 결의안을 존중하지 않고 외교·국방 정책을 만드는 지도자는 없어야 한다"라며 여당의 대선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중부 자바 주지사는 프라보워 장관과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프라보워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프라보워 장관이 내년 2월에 있을 차기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나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그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어 모두 패했다. 이후 조코위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경쟁자였던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창당한 그린드라당의 2024년 대선 후보로 지명됐으며, 현재 간자르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등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3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DMZ를 통해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50년 넘게 평화를 유지해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현 상황에서 휴전하고 DMZ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 군이 현재 위치에서 각각 15㎞ 후방으로 철수한 뒤 유엔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고, 추후 분쟁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하면 된다"라며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과 엄청난 파괴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으며, 서방에서도 이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