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기오염 낮추려 재택근무 권고에 고용주들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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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기오염 낮추려 재택근무 권고에 고용주들 난색
자카르타, 전 세계 주요도시 공기질 또 최하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아세안 정상회의(다음 달 5∼7일)를 앞두고 수개월째 잿빛 하늘을 이어가자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재택근무 확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고용주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 본부를 둔 글로벌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자카르타의 공기질지수(AQI)는 172를 기록,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 서울은 72였다.
AQI가 0∼50이면 '좋음', 51∼100은 '보통', 101∼150은 '민감한 사람에게 나쁨', 151 이상은 나쁨 수준이다. 301부터는 위험으로 분류된다.
자카르타는 지난달부터 AQI가 150이 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건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대기 순환이 정체된 영향이다.
현지 언론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 달 넘게 기침을 하는 등 호흡기계 질환을 앓는 시민이 지난달에만 15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최악의 공기 질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자카르타에 있는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공무원들부터 재택근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이동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도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에 따르면 자카르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오염원은 자동차·오토바이 배기가스다. 자카르타와 인근 위성도시들의 인구는 3천만명에 이르지만,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시민들은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고용주협회(아핀도)는 성명을 통해 "재택근무 확대는 지속 가능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불법 쓰레기 소각이나 노후 차량의 배기가스 등 본질적인 오염원을 막고 인공강우와 같은 다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카딘) 역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등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만큼 원격 근무를 시행할 수 없다며 "손해가 발생해도 정부의 지원은 없고 기업이 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헤루 부디 하르토노 자카르타 주지사 대행은 재택근무 의무화는 공무원에게만 해당하고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며 "재택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에 대한 처벌이나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이큐에어(IQAIR)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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