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문화연구원 제 81회 열린강좌 ‘시로 만나는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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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문화연구원 제 81회 열린강좌 ‘시로 만나는 인도네시아’
채인숙 시집 <여름 가고 여름> 시 낭독회
김현숙(인문창작 클럽 회원)
지난 7월 14일 오전 10시 한인니문화연구원은 제 81회 열린강좌에 ‘시로 만나는 인도네시아’ 란 주제로 채인숙 시인의 시 낭독회, <여름 가고 여름>을 개최하였다.
채인숙 시인은 24년째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며 집필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5년 ‘그리운 바타비아 1945’란 시 외 다섯편의 시로 제 4회 오장환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등단하였다. 2021년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시인 5인의 시집인 ‘라라 종그랑’을 발간하였으며, 올 4월에는 <여름 가고 여름>이라는 첫 시집을 민음사에서 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를 편찬할 때에는 수석 편집위원을 맡아 인도네시아의 한인 역사를 정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일히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 외에도 채시인은 문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한인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시 낭독회는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나는 사회를 보면서 모인 사람들의 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노년의 나이에 시를 써보고 싶다고 지팡이 짚고 멀리서 온 사람, 몇 년 만에 외부모임에 나왔다는 사람, 아기를 안고 온 젊은 부부,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를 연구하러 온 대학원생, 한인회, 상공회의소 그리고 중소기업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 두번째 낭독회임에도 매번 함께 한 사람과 현장에 있는 시집을 모두 사가지고 간 사람, 시집표지를 본떠 만든 캘리 액자를 제작해 온 사람, 장미 꽃다발, 떡을 맞춰 온 사람 등등……
낭독회는 사회자의 질문에 시인이 답한 다음 낭송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낭독회의 백미는 참석자들도 모두 한 차례씩 시를 낭송한 것이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이 쓴 시인양 노래하듯 정성과 마음을 담아냈다. 후에 시인은 낭독회에 대한 감회에서 낭독은 더없이 훌륭했고 낭독회에 찾아온 분들이 마치 가족인 듯 덜컥 가까운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시를 한 편 한편 정성스레 읽는 목소리들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시인은 그녀의 시에서 시를 쓰는 이유를 먼 당신에게 편지를 쓰듯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고 말하였다. 또한 시인은 자신이 여름 가고 여름이 오더라도 시를 쓰기 위해 뜨거운 심장을 감추어 두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시집에 실린 시들의 전반에 흐르는 감성, 예를 들어 언제나 남아있는 간절한 기도, 습관처럼 쓰지만 보내지 못하는 편지, 본 적도 만진 적도 없지만 그리운 당신은 모두 오래전부터 이어온 시인의 시에 대한 간절함이며 정진이고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어느 누가 채인숙 시인의 시 한 편 한편을 허투루 읽을 수 있겠는가?
한인니문화연구원의 이번 열린강좌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 매우 접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코로나 이후로 미루어 두고 고대해 왔던 우리 모두의 희망과 행복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안한 시점에서, 문학이 주는 위안과 위로가 이런 것이었구나 싶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낭송했던 채시인의 시는 그녀의 것만이 아니었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교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냉혹함이고 뜨거움이었다.
낭독회 들어가기 전, 사회자로서의 바램대로 이번 열린강좌는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